bl-죽음의 이유

3. 대리석

웃는 이여음의 낯을 보자 나도 모르게 흠칫 소름이 돋았다. 어이없게도 피가 흩뿌려진 공간 속에서도 고고하게 미소짓고 있는 그가 성녀처럼 고귀해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일단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그의 손에 죽겠다는 생각이 들자 자동적으로 이여음이 있는 자개장 앞에 섰다. 이여음은 총독의 머리채를 놓지 않은 채 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나리, 눈...

2. 냄새

말을 마치자 나에게 다가온 이여음이 총을 쥔 내 손 위로 자신의 손을 포갰다. 뭐하는 짓이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인상을 구겼다. 내 꿈틀대는 눈썹을 본 이여음은 하찮은 동물의 발악라도 보듯 가볍게 웃더니 내 손등을 손톱으로 잠시 간질였다."쏘지도 않을 거면서 왜 그렇게 세게 총을 쥡니까. 나리."이여음의 말에 총을 쥔 내 손을 보았다. 손바닥이 육안으로...

1. 그의 이름

남자를 보던 눈을 급히 돌렸다. 남자는 눈을 피한 내가 재밌다는 듯 좀 더 소리내어 웃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남자가 나를 집요하게 훑고 있는다는 것을. 그 남자의 눈빛이 나의 온 몸을 옭아매는 듯 했다. "이여음." 웃음 섞인 남자의 목소리에 다시 그를 쳐다보았다. 남자의 눈이 이쁘게 반으로 접혔다. 구미호에게 홀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가 갔...

0. 프롤로그

그와 눈이 마주쳤다. 한 없이 공허한 눈이 내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내가 총으로 쏴 죽이려 했던 남자의 목을 단도로 한 번에 뚫은 이상한 남자. 옅은 호선을 그리던 남자의 입이 움직였다."나리. 총은 소리가 나서 위험합니다. 설마 사람을 처음 죽여보십니까? 아님 그 정도 머리도 없는겁니까?"자신에게 쏟아지는 피, 눈도 감지 못한 육중한 몸뚱아리 밑에 깔린...

죽음의 이유는 한 주에 2회 이상 연재할 예정입니다. 19금 장면만 추후 성인 인증을 걸어놓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