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잔을 마셨더라. 이해청은 자신의 앞에서 널부러진 보드카병들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마실 생각은 없었는데. 해청은 눈을 예쁘게 접은 채 자신의 뒷통수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러시아 여자의 손길을 처낼 힘도 없었다. 대학교 졸업 후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 8년간 있다 오랜만에 온 러시아였다. 흥이 오른 친구들이 바에 가자 할 때부터 눈치챘어야...
"야. 매점 가자." "5분 남았어. 안돼." 나는 단호히 내 제안을 거절하고 다음 교시를 위해 국어책을 꺼내는 이채진을 흘겨보았다. 안경 너머 보이는 긴 속눈썹 아래 자리한 큰 눈동자. 높은 콧대. 얇은 입술. 하얀 피부. 평소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이채진은 여자보다 더 이쁘게 생겼다. 이렇게 생겨서 전교 2등이라니. 전생에 지구를 구했나....
"오늘을 모두 즐겨주십시오. 황궁의 무궁한 번영을 위해. 모두 샹테!" "샹테!"유리잔과 유리잔이 부딪히는 청량한 소리가 무도회장을 가득 채웠다. 무도회의 최상층에 자리한 황태자도 붉은 와인을 담은 와인잔을 높이 들었다. 호박을 연상케하는 진한 노란 머리카락과 대비되는 푸른 사파이어 나비 가면을 쓴 황태자는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대중을 보고는 입꼬리를 올리...
"저기, 담배 한 개비만 주세요." 여운은 자신의 정장 옷자락 끝을 잡은 손을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키는 컸지만 아직 앳된 얼굴과 빛 바랜 교복이 남자아이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었다. 한 18살 쯤 되려나. "난 위법을 싫어해. 그리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게 벌써부터 담배피면 빨리 늙어." 여운은 옷자락을 잡은 남자아이의 이마에 가볍게 딱밤을 때렸다. 남...
웃는 이여음의 낯을 보자 나도 모르게 흠칫 소름이 돋았다. 어이없게도 피가 흩뿌려진 공간 속에서도 고고하게 미소짓고 있는 그가 성녀처럼 고귀해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일단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그의 손에 죽겠다는 생각이 들자 자동적으로 이여음이 있는 자개장 앞에 섰다. 이여음은 총독의 머리채를 놓지 않은 채 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나리, 눈...
말을 마치자 나에게 다가온 이여음이 총을 쥔 내 손 위로 자신의 손을 포갰다. 뭐하는 짓이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인상을 구겼다. 내 꿈틀대는 눈썹을 본 이여음은 하찮은 동물의 발악라도 보듯 가볍게 웃더니 내 손등을 손톱으로 잠시 간질였다."쏘지도 않을 거면서 왜 그렇게 세게 총을 쥡니까. 나리."이여음의 말에 총을 쥔 내 손을 보았다. 손바닥이 육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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